나는 여성 보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하이톤의 여성 보컬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목소리가 낮은 탓도 있겠지만 소리 자체가 튀는 사운드라 음악에서 보컬에만 몰빵되는 것이 맘에 안 드는 것 같다. 특히 팝음악이나 발라드에서는 워낙 고음 지르는게 관행화되고 누가누가 더 고음을 잘 지르냐가 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 같아서 그 장르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락에서도 메탈은 비슷한 측면에서 걍 그렇다. 악기, 리듬, 짜임이 균형잡힌 음악이 내 취향에 맞는 듯 하다.
그런 측면에서 90년대 여성 보컬을 내세운 얼터너티브 밴드들은 신기하게 내 취향에 맞는다. 고음을 꾸며서 내지 않고 술에 취한 채 나지막히 내지르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얼터 내지 그런지 록의 단순하고 막 지은듯한 멜로디와 어우려져서 굉장히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느낌이 든다. Garbage와 Hole (둘 다 이름이 참 대단하다. 특히 Hole은 여성 3인조 밴드인데 단어선택이 참 직관적이다.)이라는 두 밴드가 특히 그런 느낌인데 내 취향이나 음악성으로 따지면 Garbage가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한다. Hole은 커트 코베인 부인인 코트니 러브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도 하고...
특히 보컬 셜리 맨슨이 참 예쁘다. 위 사진의 쌩얼도 귀엽고 예쁜데 스모키 화장을 하면 퇴폐미, 관능미가 미쳤다. 90년대 헤로인 시크의 정점같은 느낌이다. 유명한 걸로 유명한 시드 비셔스나 낸시같은 인물들보다 진정한 락시크의 여신같은 느낌이다.
https://youtu.be/3ppiohVRZ0s
그런 Garbage의 음악들 중에서도 95년도에 발매된 1집 Garbage는 앨범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번에 업로드하는 Supervixen말고도 Queer, Stupid Girl, I'm only happy when it rains등 명곡이 너무너무 많다. 사실 1집이 특별히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1집 이후가 너무... 팝스러워져서 듣지 않게 되는 것 같다. 1집도 팝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고 믹싱도 락보다는 팝에 가까운게 사실이지만 그 이후는 더 그렇다. 특히 이 밴드가 우리나라에서는 007 언리미티드(1999) 오프닝 테마인 The World is Not Enough를 부른걸로 유명한데 그 노래는 진짜 007 오프닝스럽기만 하고 노래 자체가 유치하다. 역시 좀 찾아보니까 가비지 팬들도 다 1집을 커리어하이로 꼽는 듯 하다.
마음같아서는 1집 전체에 대해서 전부 쓰고 싶은데 그러면 이 글이 무지무지 길어질 것 같으므로..
1집의 첫번째 트랙이자 가장 좋아하는 Supervixen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https://youtu.be/OOeRyZ9W7-g
(lyrics)
Stick a stone in your mouth
You can always pull out
If you like it too much
A falling star that you cannot live without
And I'll feed your obsessions
Now there'll be nothing but this thing
And I never have missed
I can take you out
With just a flick of my wrist
A falling star that you cannot live without
And I'll feed your obsessions
There is nothing but this thing
That you'll never doubt
The falling star that you cannot live without
I will be your religion
This thing you'll never doubt
You're not the only one
You're not the only one
Bow down to me
Bow down to me
Bow down to me
Bow down to me
Bow down to me
Bow down to me
가사가 참 자신감있다고 해야하나 저돌적이다. Supervixen이 좀 의역하면 수퍼불여시라는 뜻이니 제목이랑 가사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덧붙여 Supervixen이라는 제목은 동명의 에로영화에서 이름을 따온거라고 하는데 장르가 Sexploitation Flim이라고 한다. exploitation film이 쌈마이 영화라는 뜻이니 Sexploitation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뽕빨물인데.. 시놉시스도 좀 찾아봤는데 개연성은 1도 없고 슈퍼엔젤, 슈퍼체리 등 슈퍼 어쩌구 하는 찌찌 큰 여자들이 남주를 갖고 놀다가 슈퍼빅센이 그를 차지하는 그런 내용인듯 하다.

제목 말고 음악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간주 부분에 들어가는 뮤트가 참 인상적인 것 같다. 이 뮤트 느낌을 내기 위해서 아날로그 녹음한 음원에 디지털로 기타 뮤트사운드를 지웠다고 한다. 노래 진행은 느린 편이지만 박자가 16비트로 쪼개져서 리드미컬한데 이 뮤트사운드가 셜리 맨슨의 보컬이랑 어우러져서 되게 쿨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이 블로그에 음악 관련 글을 쓰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노래이기도 하다. 2021년 즈음에 조깅하면서 이 노래를 진짜 많이 들었는데 워낙 운동하면서 휙휙 지나간 노래다보니 나중에 찾아 듣고싶어도 어느 밴드의 누가 부른 노래인지 기억이 안나서 한참을 찾다가 한 1년만에 우연히 스트리밍에 얻어걸렸다.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정말 기뻤고.. 잊었던 노래를 다시 찾는것도 낭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좋아하는 노래는 안 까먹도록 기록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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