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My Bloody Valentine - she found now (2013)

노블롯 2023. 2. 9. 17:26

원래는 하천 답사 관련해서 정리해두려고 만든 블로그인데 점점 음악 블로그가 되는 것 같다.

근데 하천글은 워낙 품이 많이 들기도 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해서 그런지 음악 관련해서 쓰는게 맘이 편하당.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발렌타인 데이가 5일 남았으므로 마블발 글을 포스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My Bloody Valentine이라는 밴드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Loveless 앨범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2013년에 나온 두 번째 슈게이징 앨범 M B V가 조금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음악적 완성도도 Loveless가 더 높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M B V가 끌린다. 

 

빨간 앨범 줄까 파란 앨범 줄까

왜 그런지 좀 생각해봤는데 1. 91년이랑 13년이라는 22년의 시간차가 독특해서 / 2. 앨범이 파란색인데 내가 분홍색보다 파란색을 더 좋아해서 / 3. 1번 트랙 She found now가 맘에 들어서 등등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she found now라는 노래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found가 find의 과거형인지 아님 과거분사인지, 아니면 아예 set up이라는 뜻의 found인건지에 따라 제목의 뜻이 달라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블발이 작사할 때 가사에 문법적인 모순을 섞어서 의미 없(다고들 하)는 가사를 자주 만들기 때문에, 현재를 가리키는 now와 대비되게 find의 과거형 found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 하다. 그렇게 된다면 제목은 '그녀는 지금을 찾았다' 라는 뜻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rBKjhgHGVZs

 

(lyrics)

You come home and hear I want you

I wonder how that you find out

I wonder how that you find out

 

You could be here, I wonder

You couldn't lie that it's over

You couldn't now that it's over

 

You come back and see I woke up

I wonder how that you find out

You wonder how that you found out

 

 

My Bloody Valentine을 세간에 알린 Loveless는 1991년에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정규앨범인 M B V는 22년이 지난 2013년에야 발매되었다. 22년이라는 기간은 밴드의 관점에서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하나의 밴드가 데뷔해서 그 분야의 원로가 되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길다. 그런데 My Bloody Valentine은 Loveless로 슈게이징이라는 장르를 빵 터트리고는 그 이후로는 소속사에게 소송까지 걸릴 정도로 활동을 안 했다. 그러고나서 22년만에 이 앨범을 낸 것이다.

 

레코딩 방식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어쿠스틱 음악까지 디지털 믹싱과 마스터링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My Bloody Valentine의 사운드는 22년 전이나 후나 다를 게 없다. 겹겹이 쌓이는 기타 노이즈와 사운드 오브 월, 22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똑같은 빌린다와 케빈의 목소리까지 신기할 정도로 유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she found now는 M B V의 1번 트랙 제목으로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녀 (아티스트든 리스너든)는 지금을 찾은 것이다. 팬들은 22년 전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음악과 감동을 찾은 것이고 한편으로 밴드도 자신을 22년간 잊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을 다시 찾은 것이다.

 

 

원래는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했는데 글을 쓰면서 가사 사이트인 Genius에서도 비슷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https://genius.com/My-bloody-valentine-she-found-now-lyrics

 

​my bloody valentine – ​she found now

Marking their long-awaited return, My Bloody Valentine’s third LP opens with ‘She Found Now.’ A surprisingly subtle slow burner which takes the trademark burned guitars in an

genius.com

22년 동안 거의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도 이렇게 많은 빠들을 만들어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대단하당..

그리고 Loveless와 사운드는 동일하지만 그 의미에 있어서 별다른 해석이나 의미부여 없이도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시간이 주는 관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출처: 가디언) 완전체로 다시 등장했다는 것도 멋지다


 

많은 슈게이징 밴드들이 바다, 물결 등 물에 대한 심상을 모티브로 하는 것 같은데 (Lush의 ocean, Chapterhouse의 Pearl, Ride의 nowhere 앨범아트 등등...) M B V는 전반적으로 물 그 자체보다는 눈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겨울바람이 생각나는 거칠고 공허한 노이즈에서 배어나오는 역설적인 따뜻함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