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0. 나는 왜 하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노블롯 2022. 11. 26. 04:51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가끔 스스로 하천에 관심을 갖는 자신이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하천이나 수리수문학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그와 조금이라고 관련 있는 공학이나 환경계열 학문을 전공한 것도 아니며, 제가 속한 성별, 연령대 집단에서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취미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는 제 주변에서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기에 앞서 왜 스스로가 이런 관심사를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논문이나 지자체 관련 공시정보를 찾아볼 정도로 깊숙이 탐구하게 되었는지 반추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거의 평생을 한강 근처에서 자랐습니다. 주말마다 부모님과 한강시민공원에 가서 놀았고,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롤 갈 때도 항상 강변북로를 따라 강을 바라보며 이동했습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자장가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하는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강을 볼 때마다 항상 그 노래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냇물과 강물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주는데 정작 어디서 생기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은 이치를 따져볼 때 당연한 것인데 그 냇물은 어디서 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천의 탄생과정은 어린 저에게 자신의 탄생과정만큼이나 실존적 고민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번은 부모님과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연천에 다녀오는 도중에 의정부 즈음에서 조그만 개울을 보았습니다. 당시 모든 사물에 습관적으로 "이게 뭐야?"를 물어보던 저는 지도 보는 것이 취미였던 아버지께 그것이 중랑천이라는 답변을 얻어냈습니다.

그것은 어린 저에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작은 도랑이 뚝섬에서 볼 수 있는 시냇물이 되었다가, 한강이 되었다가, 최종적으로 바다가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산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조그마한 계곡 내지 도랑이 냇물과 강물과 바다의 근원이라는 것이 그 때의 저에게는 참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1:1,050,000 지도책을 보며 강물이 어디서 내려오는지를 거슬러 올라가기를 즐겨했습니다.

그런데 지도책은 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모자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강의 근원을 거슬러 지도를 찾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강이 수 많은 지류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그 지류들이 중간에 뚝 끊기거나 갑자기 솟아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개천, 계곡, 도랑이 강물이 되는 것은 맞는데 그 개천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지도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가 살던 곳에는 그런 도랑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집 근처 산에 가면 계곡이 분명 있었는데 그 계곡이 갑자기 뚝 끊기고 시커먼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넷이라는 신문물이 해결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