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2024 슬로우다이브 내한 후기

노블롯 2024. 3. 13. 01:16

https://youtu.be/hWtK7f_hMbw?si=4hHN4Gi8Wh9uORLr

sleep 음원이 없는게 너무 아쉬움


인생 첫 슈게이징 공연에 다녀왔다.

2018년 펜타포트 마이블러디발렌타인 내한을 놓친 이후
코로나와 작년 펜타포트 라이드 10일전 취소사태(ㅎㅎ..)로 인해서 슈게이징 공연과는 정말 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뜻밖의 시기에, 좋은 타이밍으로 슈게이징 3대장 중 슬로우다이브를 영접하게 되었다.


고마어


2000석이 2분만에 매진되었는데 다행이 동생이 무대 바로 앞 스탠딩 A 구역을 잡아주었다.

포스터 너무 대충만든거 아니냐고..

사실 슈게이징 3대장 중 슬로우다이브는 가장 잘 안듣는 편이었다.
Star Roving이나 When the sun hits, Alison같은 유명한 노래들만 가끔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 노이즈로 고막을 폭격하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나, 찰랑찰랑한 기타 스트로크 + 감성적 멜로디가 더해진 라이드에 비해
슬로우다이브는 레코딩이 좋게 말하면 깔끔하게,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손이 잘 안갔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 가서야 깨달았다.
삼대장은 괜히 삼대장이 아니라는 것을...



셋리스트

학부 때 밴드를 하면서 음악을 음원으로 듣는 것과 직접 공연장에서 PA로 듣는 것은 엄청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가슴을 직격하는듯한 드럼 킥과, 거대한 우퍼스피커에서만 구현되는 베이스 소리는 믹싱 과정에서 잘리고 사라지고 만다.

특히 슈게이징 장르는 기타 사운드를 겹겹히 쌓는 사운드 오브 월이 특징적이기에 음원과 라이브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알고만 있었다.)

souvlaki space station

(직접 찍은 영상도 결국 녹음이라 그 현장감을 캐치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글로만 아는 것과 공연장에서 직접 음악을 경험해보고 느끼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가장 저음역대부터 고음역대까지 꽉 차있는 사운드를 온 몸으로 접해보니 "사운드에 압도된다"라는 표현 외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거짓말 안하고 진짜 이런느낌이었음

평소에 심심하게 들었던 catch the breeze, dagger, golden hair, sleep 모두 직접 들으니 기타 사운드에 압도되어서 소름이 돋고 접신하는 기분이었다;;
슈게이징 라이브 보면 항상 앞에서 흐느적거리는 인간들이 있는데 내가 그럴줄은 몰랐음ㅋㅋ

아 그리고 오프닝은 파란노을이 맡았음
평소에 1집 아름다운 세상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반가웠다.
라이브도 안정적으로 잘 해주셨다.

다만 음원으로 들을 때 파란노을이 슬로우다이브보다 훨씬 노이지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삼대장 짬은 어디 안 가는지 슬로우다이브 사운드가 훨씬 풍성하고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하기야 결성된 지 34년차에 전속 사운드엔지니어까지 있는 원조 슈게이징맛집 되시는 밴드랑 비교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첫 슈게이징 접신을 슬로우다이브로 하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고 기쁘다.
들리는 얘기로는 슈게이징 장르는 워낙 사운드밸런스 잡기가 힘들어서 라이브 기복이 심한다고 한다. (ex. mbv)
슬로우다이브는 그 중에서도 라이브를 가장 잘 하는편이라 이만큼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오프닝 이후 장비 셋팅에도 공을 들였고, 사운드 엔지니어분이 굉장히 신경쓰시는 모습이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엔지니어분이 앰프에 겹겹히 쌓인 기타 노이즈를 하나하나 끄는 것도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하셨는데
오래 전 책갈피에 뿌려둔 향수의 잔향처럼 여운이 길게 남았다.


슈게이징 여신 (1990)

아 그리고 닐 할스테드와 레이첼 고스웰 "언니"를 직접 영접할 수 있던 것도 너무 좋았다.
특히 내가 무대 왼편에 있었는데 레이첼 고스웰 언니가 공연 도중에 왼쪽으로 와서 아이컨택 했을 때 너무 행복했다..

slomo 탬버린 치는것도 아름다우시다..

슈게이징 3대장이 다 결성된 지 30년 이상 된 밴드다보니 이제 멤버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갬ㅡ성)과 함께 도래한 슈게이징 리바이벌로 인해 그 인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슬로우다이브가 2분만에 2천석을 매진시켰으니, 다른 3대장의 티켓파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까 어서 빨리 라이드와 마블발도 내한했으면 좋겠다.. 살아서 봅시다!


병어회, 바나나